오늘은 정신장애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정신장애는 생물학적, 정신적, 사회문화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생긴다고 보며, 한가지 요인만으로 정신장애가 생긴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1. 정신장애의 원인
- 정신질환의 원인은 생물정신사회적 모델 bio-psycho-social-model에 따라 크게 생물학적(기질적)·정신적·사회적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 정신질환이 단 한 가지 원인으로만 일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 물론 그중에는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원인이 있으나, 대개 다른 요인들이 같이 합쳐지거나 누적되었을 때 발병한다.
- 정신장애는 신체질환에서처럼 단순하게 원인과 결과를 지적하기 어렵다. 또한 원인은 개체 내에 있는 내적 원인 endogenous etiology과 외적 원인 exogenous etiology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소인訴因 predisposing factors
- 개인의 저항력, 반응성, 이환경향 등 그 사람의 병에 걸릴 소질을 의미하며 내적 원인에 속한다. 유전 체질, 성, 나이, 인종, 어릴 대의 경험 등이 이에 포함된다. 외적 원인은 대개 최근 환경으로부터의 스트레스 같은 유발인자 precipitating factors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유인誘因(유발인자) precipitating factors
- 정신장애(증상 또는 삽화)의 발생을 촉발하는 또는 촉발에 기여하는 요인이다. (근본 원인은 아닐 수도 있다.) 대개 정신장애는 평소 소인이 있는 사람에서 최근의 유발인자로 인해 발병하게 된다고 본다. 대개 유발인자는 스트레스인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스트레스란 한 체계를 과부하된 상태로 점점 악화시켜 전체 체계를 붕괴시키는 내외의 위협을 말한다. 병적 행동의 유인 또는 원인이 되는 모든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요인을 스트레스라 할 수 있다.
2. 생물학적 원인
- 유전 genetics:유전은 개인의 타고난 성향을 결정함으로써 개체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양상을 결정한다. 대체로 병이 유전도기ㅣ보다는 그 병에 걸릴 소질이 유전되는 경우가 많고, 유전된다 하더라도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따라 신경가소성 neuroplasticity이나 후성유전적 epigenetic 요인으로 유전표현이 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인자도 하나이기보다는 다중적 인자 polygenic인 경우가 많다. 또한 유전소질이 정신질환을 출현시키는 정도를 투과도 penetrance라 하는데, 이것 역시 질병마다 다르다. 따라서 유전에 의한 정신질환이라 하더라도 그 유전방식을 밝혀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 나이: 정신질환은 종류별로 나이에 따라 호발 하는 경향이 있다. 대개 사춘기, 갱년기, 노년기가 정신질환이 잘 호발 되는 위기의 시기이다.
- 성性: 성별에 따라 정신질환의 빈도에 차이가 있다. 남자는 진행마비, 알코올정신병, 외상성 정신병, 뇌전증과 동맥경화증에 관련된 뇌증후군 등이 많고, 여자는 기분(정동) 장애, 편집장애, 신체질병과 관련된 정신질환이 많다. 조현병은 남녀 간에 비슷하다.
- 인종: 흑인이나 소수 민족, 이민자들에게 폭력, 편집증, 약물남용,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이 많다는 연구가 있다. 그러나 이는 인종적 차이 때문이라기보다는 사회경제적 여건, 공중위생, 교육, 새로운 사회에 대한 적응문제, 인종 간의 갈등 등 환경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다.
- 체질體質constitution: 체질은 유전과 산전 영양상태, 산전외상, 감염, 주산기 외상, 소아기 때의 질병 등 출산 전후의 여러 가지 영향에 의해 결정되고, 이후 사회적 대인관계에 의한 학습을 통해 다소 변화한다. 특히 신생아의 수면습관, 과민성, 울기 같은 감수성은 체질과 관련하여 흥미 있는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 체형體型somato-type과 성격 또는 정신질환의 관련성은 Hippocrates, Galenos, 그리고 근대의 E.Kretschmer와 W.H.Sheldon 등에 의해 연구되었다. 비만형 endomorphic type은 사교적 성격과 기분(정동) 장애와 관련이 있고, 근육형 mesomorphic type은 투사형 성격 및 반사회적 인격장애와 관련이 있으며, 마지막으로 세장형 ectomorphic type은 내성적 경향의 성격이나 조현병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 기질氣質은 유전적으로 타고난 것과 어린 시절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비교적 영구적인 성격유형을 의미한다. Cloninger에 의하면 네 가지의 기질 temperament과 세 가지의 성격 character으로 구분된다고 하며, 다른 연구는 기질을 5 요인 모델 Five Factor Model로 구분하기도 한다(제25장 성격장애 참조). 한 연구는, 과거 외상을 받았어도 이후 기질에 따라 건강을 유지할 수도 있고 발병할 수도 있다고 하였는데, 예를 들면 외향성, 개방성 등의 기질이 강하면 외상을 이겨내고 높은 삶의 질을 누린다는 것이다.
- 기질적氣質的원인 organic etiology: 뇌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질병, 외상, 감염, 내분비 장애, 면역장애, 독성물질, 심지어 음식 등은 신경정신장애를 야기하거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때 정신과적 증상은 뇌장애의 직접적 표현이기도 하고, 그 장애에 대한 방어 또는 적응의 결과이기도 하며, 두 가지가 겹쳐 나타나기도 한다.
3. 정신적 원인
소아기 경험 childhood experiences
- 소아기 경험, 즉 애착, 이별, 외로움, 학대 또는 태마, 어릴 때의 부모의 죽음, 기타 스트레스 등등 외상적 경험 traumatic experience이 이후 신체건강뿐 아니라 인격발달과 정신건강, 나아가 정신장애 발생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는 소인이 된다.
- 소아기 때 부정적 경험, 특히 집단 괴롭힘이나 성적 학대를 당한 사람은 40년 후 성인이 되었을 때 그렇지 않았던 사람에 비해 우울증, 불안장애 및 자살의 빈도가 유의하게 높았고, 전반적으로 정신적 고통 수준, 사회관계 결핍, 경제적 어려움, 나쁜 삶의 질 등을 보였다. 이에 관련된 연구들은 소아기 외상경험이 적응과정이나 인격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뿐 아니라, 영구적으로 뇌에 영향을 미치며, 나아가 그런 영향이 대를 이어 전달(유전)되는가 하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이를 정신장애의 traumagenic neurodevelopmental model이라 한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정신장애의 이론, 치료, 예방에 대한 새로운 방안을 추구한다.
정신역동적 이론
- 정신역동적 psychodynamic 이론에 의하면, 개인의 본능적 충동과 그에 과년된 감정반응들의 영향력들이 갈등을 일으켜 정신장애의 원인이 되며, 그에 대한 비적응적 반응으로 정신장애가 발생한다.
- 주요 본능적 충동은 개체 보존과 종족 보존(성욕) 그리고 공격성에 관계된 충동들이 있다. 이들은 대개 생물학적 근거를 가진다. 이러한 내적인 본능적 충동은, 대인관계 및 사회관계의 맥락에서, 어떤 무의식적인 방어기제들과 의식적 대응전략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적응적 행동으로 나타나든지 또는 비적응적 행동 maladaptive behavior으로 나타나든지 하게 된다. 그 비적응의 정도가 병적인 경우가 정신장애인 것이다.
- 흔히 거론되는 정신장애의 원인 중 하나는 정신적 갈등 conflict이다. 이것은 두 가지 상반된 충동이 같은 마음에 존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생물학적·본능적 충동과 자아 또는 사회문화적 요구 사이의 갈등이 있다. 그 밖에 대인관계에서 나타나는 상반된 욕구들에 대한 갈등이 있고, 자아와 이드 및 초자아 사이의 상반된 욕구들 간의 갈등도 있다. 가장 전형적인 예는 전환장애에서 볼 수 있다.
- 또 다른 주요 원인은 상실 loss상실이다. 상실에 대한 심리적 반응은 S.Freud의 애도반응 grief reaction에 대한 연구가 고전적인데, 주로 우울증을 설명하는 데 많이 인용되고 있다. 사랑이나 자존심 또는 의존의 상실, 죽음, 이별 등은 절망, 미움, 분노와 억압의 합병을 불러일으키며, 사용하는 방어기제에 따라 여러 정신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최근 27,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 연구는 “예상치 못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과거 정신장애의 병력이 없었던 사람에서도 여러 종류의 정신장애, 특히 조증을 유발한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50~54세 및 70세 이상 집단에서는 위험도가 5배 이상이었다.
- 신체불구나 만성 질병도 상실감을 초래하여 열등감, 분노, 공격성, 방어, 보상 등의 심리적 반응을 일으킨다.
4. 사회문화적 요인
가족
- 가족은 대인관계의 최초이자 기본적인 단위로서 사람의 마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정신질환의 원인을 밝히는 데 가족문제에 대한 연구는 필연적이다. 예를 들어 McDermid에 의하면 나이 2.9세 이전의 부모나 가까운 가족의 죽음이 성장 후 정신장애의 발병을 84% 증가시킨다고 한다.
- 가족의 질병, 불구화, 사망, 이혼, 별거 같은 가족위기 family crisis와 부모의 정신질환, 아버지와 어머니의 부재, 또는 가정 내 사랑과 자극의 결핍 등은 자녀의 정신질환 발생과 관계가 있다. 부모의 의존 조장과 임기대응, 거짓말, 과잉보호 편애 또는 거부, 증오, 위협, 폭행, 학대, 무관심 또는 양가적 태도 같은 양육방식도 문제이다. 소아학대의 대상이 된 소아나 가족 내 갈등의 희생양으로 지목된 자녀는 나중에 정신질환에 걸리기 쉽다. 가족 내 성적 유혹이나 학대, 근친상간은 매우 심각한 병적 요소이다. 형제간의 갈등과 과도한 경쟁도 문제가 될 수 있다.
- 결혼은 성욕 해소, 안정감, 역할수행에 따른 소속감 등을 제공한다. 결혼에서의 성공은 건강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 할 만큼 고도의 지속적 적응능력을 요한다. 따라서 미혼자와 이혼한 사람에게 정신질환의 빈도가 높다. 한편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결혼생활에 적응하기 어렵다고도 할 수 있다.
- 성행위, 임신, 출산, 양육, 부모 되기 등은 인생주기에서 위기를 형성한다. 특히 아내 학대 가은 배우자와의 갈등은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출산 후에 산모에게 나타나는 정신병적 장애들을 총칭하여 출산 후 정신병 postpartum psychosis이라 한다. 자식들이 성장하여 출가한 이후에 집안에 노부부만 남게 되는 경우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에 이환될 확률이 높아지는데 이를 빈둥지증후군 empty nest syndrome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부간의 갈등이 정신질환의 유발인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사회
- 인류학적 연구에 따르면 정신질환의 임상양상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르다. 기분(정동) 장애는 북유럽에 많고, 알코올 습관성 중독은 러시아와 아일랜드에 많으나 유태인에게는 적다. 증상에 대한 기준도 지역문화권에 따라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입시제도에 따른 학생들의 부담감과 경쟁 심리에 의한 소위 고3병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생활고 등 많은 사회문제들이 중요한 유발인자가 되고 있다.
- 가정, 친구, 직장, 종교, 기타 사회공동체, 사회복지기관은 환자에 대한 지지체계 supporting system이다. 정신질환이 심한 환자일수록 친구가 적다. 직장 근무는 업무상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도 주지만, 일을 통한 대인관계의 수립, 공격성의 해소, 창조적 표현의 기회, 성취감, 동료애 등으로 인해 자아에 큰 도움이 된다. 경쟁심이 심하고 야망이 크고 강박적일수록 일을 과다하게 해서 문제가 야기된다.(예: 일중독증 workaholic). 경쟁을 뚫고 성공하여 원하는 ㅔ자리에 올랐을 때 우울해지는 경우도 있는데 , 이를 성공 후 우울 success depression이라 한다. 또한 성공을 두려워하여 성공 직전에 포기하는 경우를 성공공포 success fear라 한다. 은퇴도 큰 스트레스로 흔히 우울증의 발병요인이 된다.
- 사회적 고립 또는 경험(교육) 박탈은 창조성, 불안과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 성행동, 의미 있는 대인관계를 맺는 능력 등을 감퇴시킨다. 특히 발달단계에서 젖떼기, 남근기, 사춘기 등 결정적 시기 critical period의 경험은 성장 후 사회적응에 결정적이다. 빈곤이나 가치관의 혼란도 스트레스가 된다.
- 사회경제적 계층별 정신질환의 빈도가 다르다는 연구도 있다. 도시화 urbanization에 따라 정신질환이 증가한다는 견해도 있다. 도시사회에서는 각종 사건, 소음, 공해 등 물리적 스트레스가 많고 경쟁, 소외, 좌절 같은 심리적 스트레스도 많다. 어린이들에 대한 텔레비전 폭력물의 부정적 영향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 문화충격, 이민 또는 사회적 소수자 minority 등 문화적 요인 및 인류학적 요인도 정신장애 발생과 관련이 있다. 특히 정신병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나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무지와 편견은 정신질환의 발병, 악화, 치료기회의 박탁, 재발 등 중요한 부정적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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